경찰의 일방적 발표를 받아쓰는 동아일보

10월 18일 자정 부산에 비상계엄령이 발동되었지만, 그로부터 불과 15시간도 지나지 않은 그날 오후 2시경 마산의 경남대에서 시위가 터졌다. 학생 1천여 명이 “유신헌법 철폐하라”, “군사독재타도하자”등의 구호를 외치며 교내에서 시위를 시작한 것이었다. 그날 오후 5시경 마산시내 ‘3·15 의거탑’ 주위와 문화방송국 앞에 모여들기 시작한 학생과 시민 1천여 명은 큰길을 완전히 메우고 유신 독재를 규탄하는 구호를 외쳤다.


10월 20일 정오 마산시 일원에 위수령이 발동되었다. 동아일보는 이번에도 부산 항쟁의 경우처럼 공권력이 발표한 내용 위주의 기사를 내오냈다. 10월 20일자 1면에 실린 기사<마산·창원에 위수령 / 학생 등 소요 사태로 오늘 정오 기해 발동 / 구경꾼도 시위 군중으로 연행 경고 / 군 공공건물 경비 돌입>가 바로 그것이었다.

동아일보<마산.창원에 위수령>(1979.10.20)
군 당국은 지방장관의 요청에 의해 국방부장관의 승인을 얻어 발동한 위수령의 담화문을 통해 마산시 일원의 일부 학생과 불순분자들의 난동소요로 군이 마산시의 안녕과 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위수령을 발동했다고 밝혔다. 군은 위수령 발동과 함께 일반시민들이 시위 군중에 휩쓸려 구경할 경우라도 시위 군중으로 판단하고 전원 연행하겠다고 경고했다(생략)

현지 상황을 정확히 전달하려면 경찰서장이 발표한 내용이 진실인지를 확인하는 한편 시위 군중이 박 정권 타도를 외친 원인이 무엇인지를 취재해야 마땅했다. 그러나 동아일보는 그렇게 하지 않고 경찰의 일방적 발표를 앵무새처럼 옮김으로써 언론의 책무를 저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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