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대의 거짓말 '민정이양'과 조선일보

박정희는 1961년 8월 12일 민정이양 계획을 발표했다. 요지는 1963년 여름 정권을 이양하고 총선거를 실시하는 한편 정부 형태는 대통령 책임제로 하겠다는 것이다.

이 8.12 성명의 진의는 사실상 민간에 정권을 순순히 이양하지 않겠다는 것이었다. 왜냐하면 5.16쿠데타 이후 이른바 혁명주체세력이 초헌법적 조치들을 남발하고 용공 또는 반혁명사건을 만들어내면서 구 정치인들과 일부 군부 사람들에게 회복 불능의 상처를 입혀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조선일보는 박정희의 민정이양 약속에 신뢰와 갈채를 보냈다. 1962년 6월 4일 석간 1면에는 <국민 여론이면 출마 불가피>라는 제목으로 '국민 여론'까지 운운했다.


조선일보 <국민 여론이면 출마 불가피, 박 의장 자신은 아직 불고려>(1962.6.4.)
최고회의 이후락 공보실장은 4일 상오 앞으로 박정희 최고회의 의장이 대통령으로 출마할 것인가의 문제에 관해 "출마하는 것이 진정한 지배적인 국민의 여론이라면 혁명도 국민을 위해서 일으킨 박 의장인만큼 그분도 출마가 불가피하지 않은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중략)...이 실장은 하루 수백 통씩이나 박 의장이 민간 정부의 지도자가 되어줄 것을 희망하는 건의서와 지금의 군사정부를 그대로 계속해 달라는 건의서가 박 의장에게 직접 또는 자신에게 들어오고 있다고...

박정희 심복이자 그의 '입'인 이후락의 입장을 빌렸을 뿐 조선일보는 박정희를 '민간 정부 대통령'으로 추대하는 수준의 보도를 낸 것이다.

1962년 12월 28일자 조선일보 사설 <박 의장의 기자회견담을 보고>는 박정희 등 '혁명주체세력'을 향한 맹목적 신뢰를 유감 없이 드러냈다.


조선일보 사설 <박 의장의 기자회견담을 보고>(1962.12.28.)
민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겠다는 뜻을 천명하는 것은 그것이 비록 이미 기정사실처럼 국내외에 인식되어 있었다 하더라도 우리 정치사상 매우 중대한 모멘트를 제공한 것임에는 틀림이 없는 것...(중략)..."최고위원도 군복을 벗으면 일반 민간인과 마찬가지며 일반 민간인이라면 누구나 민정에 참여할 수 있는 자격을 갖는 것"으로 결론을 내린 혁명당사자들의 거취를 우리는 현실적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으며...(중략)...우리는 구태여 논평할 만한 것이 못될 것 같으며 오직 군복을 벗고 나서기로 결정한 것을 다행으로 여길 뿐이다.

박정희는 5.16 쿠데타 당일 '과업이 성취되면 양심있는 정치인들에게 정권을 이양하고 우리는 본연의 임무에 복귀하겠다'고 '혁명공약'을 약속하고도 불과 1년 여가 지나 '군복을 벗으면 우리도 민정 참여'라는 궁색한 논리로 말을 바꿨다. 권력을 버리기 싫었던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선일보는 이에 '현실적으로 받아들여야 하는 것', '군복 벗고 나서준다니 다행'이라며 '나팔수'라고 하기에도 부끄러운 수준의 인식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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