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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두환의 결단을 환영하는 조선일보

전두환은 결국 4월 13일 동생의 새마을 비리에 대한 책임을 통감하고 국가원로자문회의 의장직과 민정당 총재직 등 일체의 공직에서 사퇴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그는 또 자신의 아호를 딴 법인 일해재단 연구소가 국민들로부터 많은 오해를 받고 있는 점을 감안해 명칭을 바꾸어 줄 것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그는 “못난 동생이 여러 가지 불미스런 일을 저질러 그간 국민들게 심려를 이만저만 끼치지 않아 진심으로 송구스럽다”며 “새 정부가 이제 자리를 잡고 일을 시작하려는 시점에 이런 일로 사회에 큰 물의를 일으키다 보니 새로 나라를 맡은 노태우 대통령을 비롯한 모든 공직자들에게 죄송함과 책임감을 절실하게 느낀다”고 말했다. 노태우는 ‘상왕’행세를 하려고 집요하게 들러붙던 전두환을 야당과 언론, 여론을 이용해 말끔히 정리하는 데 성공했다. 전두환을 직접 공격하지 않으면서도 그의 정치적 날개를 꺾어 버린 것이다. 조선일보는 다음 날짜 사설을 통해 “전두환 전 대통령의 결단은 시의적으로 적절했고 도의적으로 합당했으며, 정치적으로도 유익했다”고 환영했다.

조선일보< 전두환씨의 결정>(1988.4.14)
시기적으로 볼 때 지금 전 대통령은 어떠한 중대한 결정을 내지 않으면 안 될 시점에 처해 있었다. 전 대통령으로서는 일정한 도의적 책임을 지는 것으로부터 벗어나 있을 수가 없었을 것이다.

조선일보의 전두환 찬양은 그가 권좌에 있을 때까지만 유효한 것이었다. 권력의 주인공이 노태우로 바뀌자마자 전두환을 끌어 내리는 데 앞장섰던 조선일보는 이제 노태우를 향해 “국민의 뜻에 순응하라”고 호통을 치고 있다. 그 국민의 뜻은 조선일보가 대변할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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