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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박종철 치사 사건' 모호한 보도

석간 중앙일보는 1월 15일자 사회면에 <경찰서 조사받던 대학생 쇼크사>라는 2단 기사를 실었다. 조선일보는 1월 16일자 11면에 그 기사를 4단으로 받았다. 제목은 <조사받던 서울대생 사망>이었다. ‘고문’이란 말이 아예 빠진 조선일보 기사는 동아일보가 사회면 주요 기사로 박종철이 고문 받은 정황을 구체적으로 보도한 것과는 크게 달랐다. 조선일보는 1월 17일자 2면 사설<명명백백한 진상이… 조사받던 한 대학생의 죽음에 대하여>을 통해 진상 규명을 요구하면서도 경찰의 정상적인 공안사건 수사를 섣불리 어느 한쪽으로 몰아가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보이는가 하면 그 사건을 ‘불상사’등으로 표현하는 등 모호한 태도를 보였다.

조선일보<명명백백한 진상이…조사받던 한 대학생의 죽음에 대하여>(1987.1.17)
서울대생 박종철 군의 사망은 확실히 상수 아닌 변수였다. 갑작스러운 변수이므로 거기에는 당연히 여러 가닥의 의혹이 따른다. 의혹의 향방은 분명하게 두 가지로 갈라진다. 그런 변수가 상수에서 나왔느냐, 아니면 물리적인 변수로 말미암아 발생했느냐 하는 것이다.

경찰은 “책상을 탁 치니 박 군이 억하고 죽었다”는 식의 해명성 보도자료를 냈다. 그것이 세상의 비웃음을 사자 치안본부는 사건 발생 5일 만인 1월 19일에야 자체조사 결과 박종철이 수사 과정에서 물고문을 당하던 중 질식 사망했다고 발표했다. 그리고 그 사건을 담당한 경위 조한경과 경사 강진규를 2명을 구속했다고 덧붙였다.


조선일보는 1월 20일자 1면 머리기사로 그 내용을 보도하고 <고문은 없어져야 한다>사설을 통해 고문행위를 비판하고 일벌백계를 주장했다. 그런데 사설 내용은 박종철 사건이 마치 ‘용공·좌경’ 수사 때문에 벌어진 듯한 논조를 펼치는가 하면 “경찰의 고충을 모르는 바 아니다”라는 식으로 고문치사 사건에 물 타기를 시도했다.

조선일보<고문은 없어져야 한다>(1987.1.20)
물론 용공·좌경세력의 확산을 방치하라는 말은 아니다. 오히려 인권과 자유와 민주를 지키기 위해 공산주의를 반대하는 우리의 입장은 자유민주주의를 폭력으로 방해하는 세력을 뿌리 뽑지 못하는 당국에 안타까운 생각을 하고 있는 편이다. 다만 반민주·친공 세력을 가려내기 위해 비인도적 고문이 합리화될 수는 없다고 우리는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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