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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의 '지나 사변' 왜곡보도

동아일보가 무기정간에서 풀려난 지 한 달 남진 지난 1937년 7월 7일 중국 베이지 교외의 소도시 루거우차오에 주둔하고 있던 일본군 보병 제1연대 예하의 한 중대가 야간에 전투훈련을 하던 중 몇 발의 총성이 울린 뒤 일본군 사병 한 명이 실종되는 사건이 일어났다. 그는 20분쯤 뒤에 중대로 돌아왔다. 일본군은 “중국군의 사격을 받았다”“중국군이 일본 병사를 납치해 갔다”고 주장했다. 그 사건은 일본군이 중국 본토 침략을 앞두고 정세가 불리해지자 전쟁의 꼬투리를 마련하려고 조작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나중에 전문가들이 해석했다.


7월 7일에 일어난 루거우차오 사건은 9일자 조선 언론에 보도되었다. 동아일보는 <북평(베이징)부군에서 일중충돌 야간 연습 중, 중 측 발포>라는 기사를 실었다.

동아일보<북평 부군에서 일중 충돌 야간 연습 중 중측 발표로>(1937.7.9)
[북평 8일 발 동맹] 펑타이 주둔의 일본부대 1개 중대가 7일 야간 연습 중작일 오후 11시 40분경에 노구교 부근에서 불법하게도 중국 측으로부터 수십 발의 사격을 받았으므로 곧 연습을 중지하고 상황을 정찰하는 동시에 그 중국부대장에게 엄중히 사죄를 요구 중이다. 그리고 불법 발포의 중국병은 풍치안의 제37사 일개 영이다.

이 기사는 루거우차오 사건이 중국군의 불법적 도발 때문에 일어난 것이라고 단정하고 있다.


동아일보는 7월 16일에야 루거우차오 사건에 관한 사설을 실었다. <비상시국과 우리의 자중>이라는 사설을 통해 “유언비어와 경거망동을 조심하라”고 경고했다.

동아일보<비상시국과 우리의 자중>(1937.7.16)
때는 바야흐로 비상시인지라 이런 시국이면 시국일수록 우리의 행동이 자중스럽지 않으면 아니 될 것이다. 항간에는 유언비어가 유포되기 쉽거늘 이에 신경을 날카롭게 하고 감정에 맡기며 이성이 이른 바의 궤도에서 그 행동이 벗어나는 일이 있기나 한다면 우리가 뜻하지 아니하였던 결과를 초래하고서도 수습할 길이 없을 터이니 어찌 경솔하다는 혐을 벗을 수 있으리오.(중략)우리는 유언비어를 물리치고 감정의 격동을 억제하고서 냉정을 보전할 수 있을 것이다. 이에 우리의 대금도는 발양될지니 형제자매여 자중하라.

동아일보의 이 사설이 “유언비어를 물리치고 자중하라”고 경고한 것은 “일본군이 중국을 침략했다”는 국제 언론의 보도와 국내에 전해진 루거우차오 사건의 진상을 곧이듣지 말라는 뜻으로 해석된다.


조선일보도 같은 날짜 신문에 <유언비어에 대하여라>라는 사설을 올렸다. 조선일보의 사설은 당국(총독부)이 북지 사건이 재악화하자 그 취체를 엄히 할 방침을 취한 것은 부득이하다고 지지하면서 ‘유언비어론’을 독자들에게 강의하고 있다. 무지몽매한 사람은 물론이고 총명한 사람도 유언비어에 현혹되지 말라는 것이다.


동아일보와 조선일보가 같은 날 ‘유언비어’를 주제로 사설을 내보낸 것은 우연의 일치가 아니라 총독부의 ‘보도지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7월 12일 총독부 경무국 도서과는 서울의 신문사 대표와 지국장 50여 명을 불러 “지나 사변 보도에 언론이 협력해 달라”고 요청한 바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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