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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보위의 홍보대'가 된 동아일보

국보위의 ‘홍보대’를 자임한 언론들은 ‘전두환 영웅 만들기’에 나섰다. 동아일보 역시 국보위 상임위원장인 그를 띄우는데 지면을 아끼지 않았다. 1980년 8월 8일자 1면 머리에 <미, 전두환장군지지 / 숙정으로 한국민 환영받아>라는 주먹만한 제목의 기사를 게재했다. 서울에서 AP 기자가 익명의 주한미국 고위당국자를 인터뷰한 내용이었다. 인터뷰 대상자의 이름을 밝히지도 않은 외신기사를 대부분의 국내 언론이 1면 머리 올린 것은 보도의 기본적 상식에 어긋난다. 그 기사는 ‘전두환 띄우기’의 시작에 불과했다. 그때부터 ‘전두환 대통령 만들기’에 본격적으로 들어간 것이다.

동아일보<미, 전두환장군지지>(1980.8.8)
[서울 AP 합동 본사특약] 미국은 전두환 장권이 지도자가 되어 지도력을 더욱 공고히 한다면 그를 지지하려 하고 있다고 주한 미국의 한 고위 당국자가 말했다. 신원을 밝히기를 거부한 이 군인으 그러나 “만약 그가 한국민의 광범한 지지를 보여준다면, 그리고 한국 정세의 안전을 위대롭게 하지 않는다면 미국은 그를 지지할 것이다. 왜냐하면 그것이 한국 국민이 원하는 바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라고 말함으로써 그의 예측에 단서를 달았다(생략)

동아일보는 이 정도에서 그치지 않았다. 바로 다음날인 8월 9일자 1면 머리기사는 국보위가 사회 정화 운동의 일환으로 벌인 전국의 지역별 자체 정화 운동을 다룬 내용이었다. <전국 지역별 자체 정화운동/이·동 단위까지 ‘정화위’구성>이라는 제목의 기사는 사회악과 부조리 척결 등 판에 박힌 관제운동을 미화했다.

동아일보<전국 지역별 자체 정화운동>(1980.8.9)
[수원=김봉호·장봉진 기자] 밝고 정의로운 새 사회 건설을 위해 각종 사회악을 일소하고 부조리를 척결하는 데 주민 스스로가 앞장서는 움직임이 각 지역별로 일어나고 있다. 주민들 스스로에 의해 불이 붙기 시작한 이 운동은 시·군·구·읍·면·동 등 각 지역별로 정화추진위원회를 구성, “내가 먼저 내 주변부터 정화하자”는 슬로건 아래 각종 불량배에 대한 자수 권유 신고· 순화 및 계도 활동을 펴고, 불량배에 대한 사후관리책을 마련, 그들을 밝은 사회에서 따뜻하게 받아들임으로써 새로운 삶의 길을 열어주며(생략)

‘눈 가리고 아옹’하기 식의 관제운동임을 한 눈에 알아볼 수 있지만, 이런 언론의 나팔수 역할이 전두환의 5공화국을 ‘탄생’시키는데 큰 역할을 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동아일보 8월 9일자 1면은 온통 전두환에 대한 기대와 찬사, 그리고 국보위 활동에 대한 홍보로 뒤덮였다. 박정희 정권 시기의 새마을 운동을 벤치마킹한 ‘박정희 아바타’를 만드는 데 ‘공헌’한 셈이었다. 동아일보는 이틀 후인 8월 11일자 1면 머리에 뉴욕타임스의 전두환 인터뷰 기사를 크게 올렸다. <“한국 새 세대의 지도자 필요” / 야망이 아닌 천명 맡겨야-전두환 장군NYT회견>이라는 그 기사는 전두환의 위상을 한껏 높이는 역할을 했다.

동아일보<한국 새 세대의 지도자 필요>(1980.8.11)
[서울=뉴욕타임스 본사특약] 전두환 장군은 8일 가진 한 인터뷰에서 한 국민은 “새로운 세대의 지도자들”을 필요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두 시간에 걸친 이 인터뷰에서 전 장군은 한국이 “명백히 군부의 지도력(리더십)과 통제를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 장군은 “우리가 처해 있는 상황을 생각할 때 우수한 지도력이 없으면 어려운 처지에 빠질 것”이라고 말했다(중략) 그는 “한국에서 지도력은 단순히 본인 원한다가거나 야망만 가지고 얻어지는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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