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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0 만세 사건을 이상한 논조로 다루는 동아일보


동아일보는 6월 12일자 1면에 올린 사설<대곡 후의 조선민족>에서 6·10만세 사건을 직접 언급하지 않은 채 민족의 새로운 길을 개척하자는 아리송한 논조를 펼쳤다.

동아일보<대곡후의 조선민족>(1926.6.12)
과거와 현재에 있어서는 전제시대의 조선인이었니 정치제도상의 모든 힘은 모든 방면에 작용하여 우리를 구속하고 우리의 발전을 저해한 바가 많아 혹심하지만 금후 우리가 이에서 그대로 시종하지 아니할 것은 세계의 대세가 이것을 암시할 뿐 아니라 시시각각으로 우리에게 접촉되는 모든 사물은 그 멸륜을 표명하는 터이니 전제의 과거와 현재를 우리의 힘으로 전환하여 우리가 열망하고 동경하는 바에 맹진하는 용기와 의협과 분투가 가일층 강렬하여야 할 것이다.

이 사설에는 같은 신문 바로 전 날짜에 실린 6·10 만세 사건의 내용이 전혀 나오지 않는다. 조선왕조 최후의 임금인 순종의 장례식 날에 터진 독립만세 소리는 1919년 3월 1일부터 방방공공에 맹렬한 기세로 퍼져 나간 항일독립투쟁 이후 7년 만에 일어나 최대의 독립투쟁이었다.


6·10 만세 사건으로 많은 학생과 청년, 그리고 일반인들이 일제 경찰에 체포되어 고난을 겪고 있던 상황에서 6월 13일자 1면 머리에 <우월감의 죄악>이라는 사설이 올랐다.

동아일보<우월감의 죄악>(1926.6.13)
피지배자요 피정복자인 약자들의 안신지책은 오직 인욕에 있을 터이니 유유순종이 가장 요령있는 처신술이 되겠지만 이것이 과하고 심할 시에는 차라리 이러한 더러운 생명의 구득에 여유가 없는 생활보다도 그 악착하고 자심한 비인간성의 횡포에 반항하여 장쾌한 전사를 결심하고 분연히 궐기하는 일도 있기 쉬운 것이다. 감정이 한 번 이와 같이 격동하게 되면 그 결과가 결코 정복자를 위하여서도 이롭지 아니할 뿐 아니라 인도와 평화를 위하여는 큰 죄를 끼치는 바이니 외람한 우월감의 발사는 실로 죄가 작지 아니한 줄 믿는다.

1926년 6월 당시의 조선에서 정복자이자 지배계급은 일제와 일본인들이었고 피정복자이자 피지배계급은 조선의 민중이었다. 그런데 위의 사설은 6·10 만세운동이 전국으로 퍼져나가고 있는 시점에 느닷없이 정복자와 피정복자, 지배계급과 피지배계급의 관계에 대한 ‘고담준론’을 펼치고 있다.

위의 사설은 결론 부분에서 일제에 ‘조언’하고 있다. 조선을 지배하고 착취하는 일제 지배계급의 구성원들이 민중을 천시하거나 모욕하지 않았다면 6·10 만세운동 같은 반항이나 격동이 일어나지 않았으리라고 주장하는 셈이다. 잃어버린 나라와 주권을 되찾으려고 필사적으로 투쟁에 나서는 사람들에 대한 모욕이 이보다 더할 수는 없을 것이다.


6·10 만세운동으로 일본 경찰에게 붙잡힌 학생 수는 서울에서 210여 명, 전국적으로는 1천여 명이나 되었다. 그 운동은 침쳬된 독립운동에 활기를 불어넣으면서 1929년의 광주학생운동으로 이어진다.


11월 4일자 3면에는 2단 짜리 기사가 짤막하게 실렸다.

동아일보<고, 중 양고생 수백 명 충돌. 기차 통학생의 사소한 감정>(1929.11.4)
(중략)이제 그 이야기를 듣건대 나주에서 통학하는 두 학교 학생들 사이에 그날 아침 학교로 오는 차중에서 사소한 일로 약간 말다툼이 있었던 바 기차시간이 되어서 통학생들이 집으로 돌아가려고 할 때에 중학교 학생 50여 명이 각각 무기를 준비하여 가지고 좇아와서 폭행을 가하려 하므로 쌍방이 서로 응원대를 불러 모은 것이 그와 같이 되었으므로 경찰은 통학생 내왕에 대하여 더욱 경계하는 중이라더라.

이렇게 간단히 보도된 이 사건이 나중에 한국 현대사에 길이 남을 ‘광주학생운동’의 시발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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