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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선 개헌을 홍보하는 동아일보

1월 10일 박정희는 연두 기자회견에서 개헌에 대한 견해를 밝혔다. 동아일보는 그 날짜 1면 머리에 그 내용을 크게 보도했다.

동아일보<개헌 논의할 때 아니다>(1969.1.10)
박정희 대통령은 자주국방 태세의 강화와 지속적인 경제의 고도성장을 금년도의 가장 큰 시정목표로 삼고 있다고 밝혔다(중략)그는 또 최근 양성화되고 있는 개헌 논의에 대해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내 임기 중 헌법을 고치지 않았으면 하는 것이 나의 심경”이라고 언급, “헌법을 개정할 필요가 꼭 있다 해도 연초부터 왈가왈부하는 것은 좋지 못하며 금년 말이나 내년 초에 얘기해도 늦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생략)

박정희가 개헌을 “금년 말이나 내년 초에 얘기해도 늦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말한 것은 실질적으로 3선 개헌을 하겠다는 뜻으로 해석해야 마땅한 그 특유의 어법이었다. 그런데 동아일보는 1월 11일자 2면 사설(박 대통령의 새해 포부)에서 개헌 문제에 대한 박정희 발언에 관해 물에 물 탄 듯한 ‘견해’를 밝혔다.

동아일보<박 대통령의 새해 포부>(1969.1.11)
우리는 박 대통령이 관찰한 대로 현행 대통령제헌법이 과거의 헌법보다 나은 헌법이라고 생각하며, 또한 개헌은 자주 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라고 생각한다. 이 점 박 대통령 이하 모든 국민, 모든 정치인이 동감이라고 믿는다. 그러나 현실을 원칙보다 앞세워야 할 이유나 명분에 수긍할 점이 있다 하더라도 역시 박 대통령 주장대로 지금이 개헌을 이야기할 때가 아니라고 믿는다(생략)

이 사설은 실질적으로 3선 개헌의 가능성을 인정하면서도 박정희의 노회한 ‘수사법’에 장단을 맞추고 있다. 개헌안이 공식으로 제안된다면 “국회에서 먼저 가부간 처리될 것이고, 만일 국회에서 그것이 가결된다면, 다시 국민투표에 붙여져 오직 국민대중만이 최종 결정을 내릴 것”이라는 ‘전망’이 바로 그것이다. 공화당이 의석의 3분의 2이상을 장악하고 있는 국회에서 3선 개헌안이 부결될 가능성은 전혀 없고, 그것이 통과되어 국민투표로 넘어간다면 박 정권이 관권과 금권을 총동원해서 ‘국민대중’의 ‘승인’을 얻어낼 것은 명백한 사실 아닌가?


더구 이 사설은 개헌에 대한 찬반 논의가 ‘민족중흥의 위대한 시기’에 미칠 악영향을 걱정하고 있다. 공화당의 기관지나 다름없는 논조를 교묘하게 포장해서 독자들의 판단을 특정한 방향으로 유도하고 있는 것이다. ‘신동아 필화 사건’을 계기로 박정희 정권에 대해 굴욕적으로 백기를 든 동아일보가 어떻게 변질되고 있는 지 이 사설로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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