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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1년 새해를 맞는 조선일보의 자세

다사다난했던 1980년을 마감하고, 조선일보는 1981년 1월 1일 1면 머리에 대통령 전두환의 신년사를 실었다. <국민 총 참여로 새 시대 이룩>이라는 제목 아래 신년사 내용을 소개하고 전두환 일가 사진을 1면 한복판에 대문짝만하게 내보냈다.

조선일보 <국민총참여로 새 시대 이룩>(1981.1.1.)
전두환 대통령은 1일 "우리 앞에 밝아온 81년은 우리의 결의와 맹세를 실천에 옮기는 제5공화국 창건의 해"라고 지적하고 "따라서 새해는 한 해가 가고 한 해가 오는 365일의 단순한 시간적 연속의 차원에서가 아니라, 한 시대를 보내고 새 시대를 여는 제5공화국의 영광스러운 원년으로서 파악되어야 하겠다"고 강조했다.

조선일보가 전한 신년사의 주요 의제는 '제5공화국 창건의 해'다. 1980년 공포정치를 통해 장악한 토대 위에 세운 독재권력을 그렇게 부른 것이다. 이날 모든 언론이 천편일률적 편집을 해서 더욱 답답함과 실소를 자아냈다.

조선일보 <연두사>(1981.1.1.)

그런가 하면 조선일보는 1면 <연두사>에서 새해 주제를 '솔직'으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솔직은 일단 거짓 없고 꾸밈없고 또 부당하게 구애받지 않고, 그리고 진실하고 활달하게 스스로의 언동을 행하는 인간상을 말하는 것으로 생각해 본다. (중략) 이중성의 또 하나의 예증은 대학가에서도 찾아볼 수 있었다. 최근 그것이 사회적 인식사항으로 되고 있지만, 그 이전에 극소수라 할지라도 사상 경향에 위험스런 경사를 보이는 학생서클이 있다는 사실이 교수사회에서는 공지의 비밀이었던 것 같다. (중략) 지금 스스럼없이 통용되는 '안보 식상' '반공 식상' 등의 낱말이 지니는 함축에 대해서도 타성적, 고정관념이 배제된, 얼마나 솔직성과 진지함으로 이에 대처하는 움직임이 있는지를 잘 모른다. 단적으로 6·25가 안겨준 모처럼의 일체감에도 균열의 위험이 생기고 있다는 징조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조선일보는 '솔직'을 말하게 된 바탕에 '과외공부'와 '대학가'가 있다고 말한다. 과외 공부와 대학가의 흐름이 '솔직'이 아닌 '이중성의 대표적 표본'이라는 것이다. 전두환 정권의 행위를 정당화하고 지원하려는 교묘한 논리가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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