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는 11월 4일자 2면 사설<부산 난동 번지지 않게>을 통해 지역감정의 문제점을 재차 거론했다. 이 사설은 먼저 부산 폭력 사태를 ‘부산 난동’으로 규정하고, 부산 사태에 관한 김영삼의 사과를 요구하는가 하면 “이제 김(영삼)총재가 광주에 가서 제대로 집회를 가질 수 있느냐 없느냐는 점이 모든 한국 사람의 관심사이며, 또 지역감정을 둘러싼 한국정치의 악재에 어떤 분기점을 이룰 것으로 보는 견해가 많다”고 강종했다. 부산 사태가 크게 확장될 수 있다는 의미를 부각시키고 있는 것이다. 조선일보의 부산 폭력 사태에 관한 사설은 지역감정의 극대화를 부르는 효과를 빚기에 충분했다. 폭력 사태를 막아야 할 공권력의 임무를 상기시키는 일은 아예 거론조차 하지 않았다.

평민당의 김대중 창당준비위원장에 대한 부산 국제호텔 난동 사건이 우리가 그토록 우려했던 지역감정의 폭발 신호인 것 같아 불안한 마음 금할 수 없다. 게다가 난동 사건의 배후와 책임을 둘러싼 평민·민주·민정당간의 날카로운 공방전이 치사하고 역겨워서 불안한 마음에 불쾌한 감정마저 겹치고 있다.
아니다 다를까, 또 다시 폭력 사태가 발생했다. 이번에는 광주였다. 부산에서 폭력 사태가 발생한 지 10여일 만인 11월 14일 김영삼이 광주 유세에서 군중으로부터 돌 세례를 받고 피신해야 하는 사건이 벌어진 것이다.
조선일보는 11월 15일자 1면 머리에 그 뉴스를 통단에 가까운 기사로 올렸다. 김영삼이 총재가 돌 세례를 피해 단상을 내려오는 사진을 곁들은 그 기사는 <김영삼 총재 광주 유세 좌설>을 주제목으로, <수만명 김대중 외쳐 연설 못해><연단 앞 점거, 피켓 뺏어 불태워><일부 군중 투석 방화…대회 진행 방해>등을 부제목으로 뽑았다. 그야말로 폭력의 난무로 전쟁터 같은 느낌을 갖도록 하는 편집이다.
조선일보는 같은 날짜 11면 머리기사<이러다간 큰일난다 광주 유세장 폭력에 시민들 걱정 말할 기회조차 안 주다니>에 김영삼의 홍보물을 태우는 사진을 싣는 등 광주의 폭력을 극대화했다.
그리고 2면에서는 4당 후보의 유세장 표정을 알리면서 온통 광주의 폭력사태에 관련된 제목을 뽑았다. 주제목은 <김 총재 나타나자 물러가라 함성>이고, 부제목은 <‘김대중 김영삼 구호 대결…격렬한 몸싸움><수행의원들도 쇠붙이·각목 맞아 부상 입어>등이다. 조선일보는 같은 날짜 사설을 통해 “대통령후보가 유세장의 폭력 앞에 굴복, 연설조차 하지 못했다는 데에는 눈앞이 캄캄해지는 느낌”이라고 개탄했다.

전남대 총학생회 홍보부장 윤준서 군이 단상에 올라가 지역감정 타파 등을 외치며, 군중들에게 자제를 호소했으나 군중들은 “김대중”을 연호하며 야유를 보냈고, 일부 군중들은 김 총재 피킷을 빼앗아 불태우는 한편, 달걀, 널빤지 등을 단상으로 던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