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정보부 발표문을 그대로 받아쓰고 지지하는 동아일보
1974년 4월 25일 중앙정보부장 신직수는 민청학련 사건에 관한 중간수사결과를 발표했다. 동아일보는 그 날짜 1면 머리에 발표문을 그대로 받아썼다.

폭력데모로 노농정권 수립 기도 / ‘민청학련’ 사건 수사 상황 발표 / 4월 3일 봉기 청와대 등 점거 계획 / 4단계 혁명 구상 / 과도기구로 ‘민족지부’결성 꾀해 / 배후엔 도예종 전 인혁당수와 일본인 2인 등 / 지금까지 240명 조사
동아일보는 4월 26일자 2면에 실은 <대학생의 지도>라는 사설을 통해 신직수의 발표를 “지하조직을 일망타진, 가공할 음모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게 된 것을 먼저 다행한 일로 여기지 않을 수 없다”고 ‘평가’했다.

정부가 지난 3일 대통령 긴급조치 제4호를 선포했을 때 사건의 성격을 짐작하기는 했으나 이번 발표로 해외의 공산세력까지 관련되어 있다는 것이 알려지게 되어 사회에 큰 놀라움을 주었다. 아직 수사는 진행중에 있으며 또 사건의 진상은 재판 과정에서 최종적으로 밝혀질 것으로 믿으나 하여간 정보부의 발표에 접한 국민들은 사태가 더 이상 악화되기 전에 그들의 지하조직을 일망타진, 가공할 음모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게 된 것을 먼저 다행한 일로 여기지 않을 수 없다(생략)
이 사설은 중앙정보부장 신직수가 ‘민청학력’에 관해 발표한 내용을 전부 인정하면서 ‘대학생들의 책임’을 묻고 있다. 그들이 군법회의를 거쳐 대법원에서 최종 판결을 받을 때까지 기다리지 않고 미리 지면을 통해 ‘유죄 판결’을 내리기보다는 차라리 사설을 내보내지 않는 편이 나았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