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의 '전두환 대통령 만들기'
조선일보는 8월 12일 1면 머리에 전두환 인터뷰 기사를 올렸다. <민주·복지·정의사회 구현>이라는 제목의 기사였다. 기사는 전두환을 '새 시대를 영도할 지도인물로 국민적 기대와 관심을 모으고 있는 전 위원장'으로 소개했다.

새 시대를 영도할 지도인물로 국민적 기대와 관심을 모으고 있는 전 위원장은 이날 오전 국보위 상임위원장실에서 MBC·경향신문 이진희 사장과 특별회견을 가진 자리에서 80년대의 국가지표에 언급, 이같이 밝히고 '우리는 지금 특수한 안보상황에 놓여 있으며 이 같은 상황에서 우리의 생존을 보장하고 장래를 기약하기 위해서는 매우 비장한 각오와 국민적 단합이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같은 날짜 2면 사설 <사회악의 구조>도 문제가 심각하다.

...지난 주말 모든 사회악을 스스로 추방한다는 의지 표시인 정화도민대회가 수원에서 있은 것을 계기로 전국저긍로 번져나가고 있으며 이·동·통 단위, 그리고 직장직능단위로 정화위원회를 구성, 사회의 저변부터 주민들이 각성해서 자발적으로 사회악을 제거함으로써 새 사회풍토를 형성하려는 기운이 술렁대고 있따. 우리는 이 새 기운이 모든 사회악의 온상이 돼왔던 개인·가족·직장·지역 '해체' 현상을 '합체'현상으로 발전시키는 계기가 됐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
위 사설은 신군부가 강압적으로 벌인 '사회정화' 관제대회에 관해 아부와 칭송을 아끼지 않았다. 조선일보는 13일부터 전국의 '사회정화' 관제대회를 1면 주요기사로 보도했다. 범국민자율정화운동은 서울을 비롯, 충주·성남·목포·진주 등지로 계속 번져갔다. '눈감고 아웅'식의 관제대회였다.
조선일보의 이런 보도들은 바로 이날을 위해 준비된 것이었다. 1980년 8월 16일 최규하 대통령은 하야 성명을 발표했다. '나는 오늘 대통령직에서 물러나 헌법의 규정에 의거한 대통령 권한대행권자에게 정부를 이양키로 결정했다'는 발언을 조선일보는 보도했다. 바로 다음날인 17일 기사 제목은 <안정된 새 시대 기대>였다.

이 기사는 한 시민의 "과도기간을 빨리 끝내고 새 시대를 이끌어나갈 지도체제가 국민 앞에 곧 모습을 드러낼 것으로 기대한다"는 말을 이용하며 '전두환의 시대'를 예고했다.
같은 날 <최 대통령의 하야성명> 사설을 통해 전두환의 시대를 '새로운 시대'로 표현하기도 했다.

생각이 이에 미칠 때 역사의 한 시기가 새로운 시대로 바뀌어 나가고 있음을 새삼 실감하게 된다. 새 정부가 시대의 추세에 따르는 역사적 사명을 훌륭히 수행해 나갈 것을 믿으면서 최 대통령이 하야성명에서 밝힌 간곡한 뜻이 슬기롭게 계승되기를 바라마지 않는다.
조선일보는 최규하 하야성명이 '축제성명'이라도 되는 것처럼 '새로운 시대'를 학수고대하는 보도로 일관했다. 1면 팔면봉은 촌평란에 "새 역사의 장, 새 지도자상은 (중략) 민주·복지·정의사회 이룩할 사람으로"라며 노골적으로 '전두환 대통령 만들기'에 나서는 모습을 보였다. 그야말로 전두환을 향한 '용비어천가'의 전형이다.
'전두환 대통령 만들기'에는 온갖 수단이 동원됐다. 각종 강압적 관제대회와 통일주체국민회의 의원들의 추대 결의대회가 전국적으로 이어졌다. 수많은 기업과 단체들이 전두환 지지 광고를 냈다. 8월 21일에는 전군지휘관들이 전두환을 국가원수로 추대하자는 결의를 다지는가 하면 전 대통령 최규하까지 나서 '전두환 지지성명'을 발표하는 웃지 못할 사태가 벌어졌다. 조선일보는 이런 일들에 관한 기사도 빠짐없이 게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