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의 '구미 유학생 사건' 왜곡 보도

전두환 정권은 박정희 정권과 마찬가지로 무고한 사람을 고문해 자백을 받아냈고, 간첩·용공 사건을 조작해 정국 전환용으로 활용하는 짓을 밥 먹듯 했다. 1980년 6월의 '아람회 사건'과 '무림·학림·부림 사건'(1980~1981년) 등이 그렇다. 1982년 11월에 '오송회 사건'도 있었다.


언론의 주목을 받은 대표적 용공·간첩 조작사건이 바로 '구미유학생 간첩단 사건'이다. 1985년 9월 9일 안기부와 보안사는 미국에서 공부하다 북한을 방문한 양동화 등 20여 명이 국내 대학에서 간첩활동을 했다고 발표했다.


조선일보는 이 사건을 9월 10일자 1면 머리기사로 다루고 2, 3, 10면에도 관련 기사를 실었다. 분석기사와 사설의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조선일보 <민주화 핑계 폭력시위 확산>(1985.9.10.)
9일 발표된 해외유학생 간첩단 사건의 특징은 북괴가 좌경운동권 학생들을 이른바 학원 혁명기지화 전술의 표적으로 삼고 있다는 점이다. 이번 사건을 통해 북괴는 그들의 대남 침투공작에 변화를 꾀하고 있음을 드러냈다. (중략) ...투쟁 형태는 무기를 탈취, 도시 무장봉기로 서울을 우선 장악한 뒤 동시 다발적으로 전국 주요 도시를 쟁취, 혁명정권을 수립하려 했음이 드러난 것이다.
조선일보 사설 <유학생 간첩단 사건>(1985.9.10.)
이번에 적발된 간첩 사건은 여러 측면에서 과거의 사례와는 다른 특징을 보이고 있다. 우선, 두 간첩이 80년대에 대학을 다닌 운동권이란 특징이다. (중략) 이들은 일부 지방대학을 중심으로 한 학생운동의 일각에 침투한 것을 기화로, 운동의 노선과 방향을 반미·친북괴 민중혁명론으로 유도하기 위해 지하서클 활동, 이념 확산 공작 및 실천투쟁 조장을 획책해 왔다.

조선일보는 학원 소요 사태에 간첩 사주가 있다는 전두환 정권의 입장을 충실히 대변했다. 오히려 한 술 더 떠 간첩이 "학생운동 일각에 침투"해 "반미·친북괴 민중혁명론으로 유도"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조선일보가 같은 날짜 10면에 실은 <유학생 간첩단 사건 개인별 범죄 사실>을 살펴 보자.

조선일보 <유학생 간첩단사건 개인별 범죄사실>(1985.9.10.)

조선일보는 22명의 사진과 혐의 내용 등을 안기부와 보안사 발표대로 실었다. 이 내용 역시 고문 등으로 조작된 것이었다. 당시 전남대 의예과에 다니던 강용주는 유학생도 아니었고 북한에 다녀오지도 않았다. 주범으로 구속된 강용주는 끝내 반성문을 쓰지 않아 14년간 복역한 끝에 1999년 2월 특별사면으로 비로소 출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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