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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를 노골적으로 찬양하는 동아일보

1920년 9월 25일자로 무기정간 처분을 받은 동아일보는 3개월반이 지난 1921년 1월 10일 정간 해제 통보를 받았다. 그러나 여러가지 사정 때문에 속간호는 2월 21일자로 내게 되었다. 1면에 실린 <속간사>는 민족지를 자처하던 동아일보가 일제 무릎을 꿇는 '항복선언'이나 다름없다.

동아일보<속간에 임하야 독자 제군에게 고하노라>(1921.2.21)
총독부 당국이 어찌 오인을 박해하는 자며 궤변을 농하는 자리오. 주관과 객관이 반드시 합치하지 못하며 오인이 이상을 추구함에 태급하여 혹 필단이 격하여 입론장진에 과불급의 폐가 무하였다. 필기키 난하니 오인은 원래 식비문과코자 하는 자 아니라 다만 본보 사명의 중차대함을 사하여 차차 이후로 일층 자성에 자성을 가하고자 하노라.

이 속간사는 ‘고상한 필치’로 씌어졌지만 마치 죽을 죄를 지은 ‘식민지 백성’이 조선총독부를 향해 석고대죄하는 소리처럼 들린다. 일본의 ‘삼종신기’를 우상숭배로 표현한 논설의 한 대목이 무기정간의 주된 이유라면, 그것은 엄연한 사실 아니냐면서 무기정간 처분을 내린 총독부에 맞서야 ‘민족지’ 다운 자세였으리라. 그러나 동아일보는 오히려“총독부 당국이 어찌 오인을 박해한튼 자며 궤변을 농하는 자”이겠는가 하면서 앞으로 ‘자성에 자성’을 거듭하겠다고 머리를 조아린다.


동아일보는 속간호를 낸 지 11일밖에 안 된 1921년 3월 4일자부터 이틀에 걸쳐 <일본 친구여>라는 제목의 사설을 내보냈다. 이 글은 동아일보가 ‘민족지’라는 이름으로 일본제국주의자들에게 바치는 최대의 찬사와 아첨으로 가득 차 있다. 첫 날 치는 <조선 사람의 고통>이라는 부제를 달고 있다.

동아일보<일본 친구여 上>(1921.3.4.)
아! 일본 친구여, 우리로 하여금 속에 서리고 서린 설화와 가슴에 아프고 쓰린 심정을 충분히 토로케 하라. 그대가 우리의 적이뇨 아니라. 그대가 흉악한 사람이뇨 아니라. 우리는 그대의 가슴에도 따뜻한 정의 불이 붙고 그대의 눈에도 아름다운 눈물이 있는 줄을 확실히 믿노라.

동아일보가 회사의 이름을 걸고 내보낸 이 사설은 일제 침략자들을 ‘아름다운 정과 의로운 생각’을 가진 인간집단이라고 찬양한다. 그리고 식민지배의 원흉인 조선총독부를 병탄 후 10년 동안 농민의 토지를 약탈하고 조선반도의 자원을 앗아갔으며 3·1 운동 시기에 수많은 양민을 학살한 사실은 언급조차 하지 않았다. 이 사설에서는 그저 총독부가 ‘베푼 훌륭한 업적들’을 칭송한다. ‘보기 좋은 푸른 산’, ‘훌륭한 도로’, ‘훌륭한 재판소’… . 일제의 침략이 없었더라면 조선은 영원히 미개국가로 남았으리라는 뜻이다.


게다가 이 사설은 일제에게 패망한 대한제국 정부는 부패하고, 고위관리들은 허약하고, 법률이 문란해서 관직을 매매하고, 인민을 착취해서 이익을 취하는 최악의 집단이라고 몰아붙인다. 그래서 “재래의 한국 정부는 암흑정치요 총독부 정치는 문화정치”라는 것이다. ‘일제의 조선 식민통치 당위론’이다.


이튿날 동아일보에 실린 사설 <일본 친구여>의 속편은 전날보다 훨씬 더 노골적으로 일제를 찬양한다. <조선 사람의 고통>이라는 부제를 달았다.

동아일보<일본 친구여下>(1921.3.5)
사이토 총독은 온후란 사람이요 미즈노 총감은 정직한 사람이요 이하 간부 각각은 모두 일류 신진이라. 아! 일본 친구여. 그대는 이를 자랑하고자 하는가. 우리는 그 자랑이 무리가 아닌 줄 알며 중앙정부가 여사한 인물을 파견한 것은 정치적인 허다한 이유가 있다(생략)

이 사설은 아예 처음부터 신임 총독 사이토와 정무총감 미즈노에게 노골적인 아첨을 떨고 있다. 그리고 조선 민중의 3·1 독립투쟁에 겁을 먹은 일제가 어쩔 수 없이 무단통치를 문화정치로 바꾼 것을 "조선 인민에게 행보과 만족을 주고자 하는 성의"에서 나온 조치라고 미화한다. 그러면서 그것이 "조선인을 기만코자 하는 교활한 수단"이라는 것을 우리(동아일보)는 믿지 않는다고 강조한다. 무기명으로 된 이 사설을 누가 썼는지는 밝혀지지 않았지만, 사주인 김성수의 동의 없이 그런 글이 나갔을 리는 만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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