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전두환>(1980.8.23.)

1980년 8월 21일, 육·해·공 3군 주요 지휘관들이 국방장관 주영복 주재로 모여 "국보위 상임위원장인 전두환 장군을 차기 국가원수로 추대할 것을 전군적 합의"했다. 이튿날인 22일 육군대장 전두환이 전역했다.


조선일보 8월 23일자는 가히 '전두환 특집'이라 할 만하다. <새 역사 창조에 신명 바치겠다>라는 제목으로 전두환 발언 내용을 1면에 실었고 2면에는 전두환 전역사 전문을 전했다.

조선일보 <새 역사 창조에 신명바치겠다>(1980.8.23.)

또 사설 <3군 지휘관 결의>를 통해 '8·21 군 결의'가 "국민의 기대와 신뢰를 한층 더 공고히 뒷받침했다"고 주장했다.

조선일보 사설 <3군 지휘관 결의>(1980.8.23.)
'8·21 군결의'는 국민의 기대와 신뢰를 한층 더 공고히 뒷받침하고 보장하는, 일찍이 없었던 국가 간성들의 담보와 표징이다. 건국 이래 모든 군이 한 지도자를 전국적 총의로 일사불란하게 지지하고 추대한 예는 일찍이 없었다. 그러한 점에서 '8·21 군결의'는 또한 역사적으로 깊은 함축을 간직하는 것이 되기도 한다. (중략) 남은 과제는 그것을 보다 심도 있게 내면화, 내실화함으로써 일체성을 한층 밀도 있는 것으로 다지는 노력들이다.

'건국 이래 모든 군이 한 지도자를 전국적 총의로' 지지하고 추대한 예는 없다며 '심도 있게 내면화' '내실화'할 것을 주문했다.


하지만 무엇보다 압권인 것은 3면 전체를 털어 만든 전두환 특집 <인간 전두환>이다.

조선일보 <인간 전두환>(1980.8.23.)

제목 아래 실린 부제목들을 통해 지면의 의도를 파악할 수 있다. <육사의 혼이 키워낸 신념과 의지의 행동> <사(私)에 앞서 공(公)...나보다 국가 앞세워> <자신에게 엄격하고 책임 회피 안해> 등 온통 찬양 일색이다. 심지어 <이해관계 얽매이지 않고 남에게 주기 좋아하는 성격> <운동이면 못하는 것 없고 생도시절엔 축구부 주장> 등 '찬양' 방법도 가지가지다. 내용이야 말할 것도 없이 낯 뜨거울 정도의 아부다.

"여보. 나 나갑니다" 국가보위비상대책 상임위원장 전두환 장군의 한결같은 아침 출근인사다. 그는 여느 남편들처럼 "다녀오겠다."는 여운이 깃든 말을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 "군인이란 나라에 바친 몸"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지만 이 짤막한 아침인사에서도 그의 사생관을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그의 투철한 국가관과 불굴의 의지, 비리를 보고선 잠시도 참지를 못하는 불 같은 성품과 책임감, 그러면서도 아랫사람에겐 한없이 자상한 오늘의 '지도자적 자질'은 수도생활보다도 엄격하고 규칙적인 육군 사관학교 4년 생활에서 갈고 닦아 더욱 살찌운 것인 듯 하다.
그에게서 높이 사야할 점은 아무래도 수도승에게서나 엿볼 수 있는 청렴과 극기의 자세일 듯하다. 지난 날 권력 주위에 머물 수 있었던 사람치고 거의 대개가 부패에 물들었지만 그는 항상 예외였다.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302의 3 그의 자택에선 요즘 흔한 족자 한 폭, 값나가는 골동품을 찾아볼 수 없고, 팔목에 차고 있는 투박한 미국 특수부대용 시계도 월남 연대장 시절부터 애용하고 있는 싸구려다.
그의 당당함은 자신도 모르게 이미 군의 의지를 결집시키는 촉매제가 되었고, 불의를 보고 참지 못하는 천성적인 결단은 그를 군의 지도자가 아니라 온 국민의 지도자상으로 클로즈업시키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그의 오늘은 주어진 자리에서 늘 그가 그래오듯 최선을 다해온 결과일 뿐이다.

더욱 가관인 것은 조선일보가 <조선일보 아카이브> 자료에서 이 지면을 삭제해버린 사실이다. 국가기관은 물론 일반도서관과 언론 관련 단체의 자료실에서도 이 지면(8월 23일자 3면)을 볼 수 없게 됐다. 국회도서관에서 겨우 그 지면을 찾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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