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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산가족찾기'를 통해 '대북공세'

1983년에 최대의 관심을 모은 사건 중 하나는 이산가족 찾기 방송이었다. 그해 11월 14일까지 총 4백 53시간 45분 동안 방송되는 기록을 남겼다. 모두 10만9백52건의 신청이 접수돼 1만1백80만명의 이산가족이 상봉했다. 한국방송공사 사옥 주변은 인산인해를 이루었고 가족을 찾는 벽보가 수없이 나붙었다. 그것은 세계적으로도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프로그램을 큰 화제를 불러 일으켰다.


동아일보는 그 소식을 사회면에 소개했으며 7월 4일자 2면에는 <한민족의 상처와 눈물/이산가족 찾기 KBS생방송에 느끼는 것>이란 제목의 사설을 내보냈다. 사설은 프로그램의 감동을 전하면서 ‘북한 김일성 집단’을 이산가족의 책임 당사자로 비난하는 일을 잊지 않았다.

동아일보<한민족의 상처와 눈물>(1983.7.4)
북한 김일성 집단은 이산가족 재회를 위한 적십자 측의 간절한 대화 재개 촉구나 이산가족 찾기 범국민운동이 단순한 행사에 그치는 것이 아니요 이산가족들의 피 맺힌 통한의 표출임을 직시하여야 한다. 인간의 천륜을 어떠한 이데올로기나 정치 또는 충성만으로 억누를 수 없다. 오직 이들에게 상봉의 길을 열어주어 30여 년 동안 시커멓게 썩어온 응어리를 풀러주는 길 뿐이다.

전두환 정권은 그 기회를 정치적 목적으로 활용했다. 정부는 이산가족 찾기사업을 범국민운동으로 추진하기로 하고 외무·내무·문공부와 국토통일원 등 관계 부처를 총동원해 종합대책을 마려하는 등 대대적인 사업과 홍보활동을 폈다. 동아일보 역시 지면을 통해 그것을 적극적으로 지원했다. 대한적십자사 총재 유창순이 7월 6일 ‘1천만 이산가족 문제 해결을 위한 남북적십자 회담을 재개하자’는 담화를 발표하자 동아일보는 1면 주요 기사로 보도하고 7월 7일자 사설<남북적 회담 즉각 재개하라>로 그것을 사설로 이를 뒷받침했다. 동아일보 역시 이산가족 찾기를 통해 정부와 함께 대북공세에 나선 것이다.

동아일보<남북적 회담 즉각 재개하라>(1983.7.7)
이들의 아픔을 덜어주기 위해 유창순 대한적십자사 총재는 6일 북한 측에 남북 적십자 회담의 재개를 요구하고 나섰다(중략)북한은 이 겨레의 가슴을 찢는 통곡과 몸무림을 더 이상 외면할 수 없다. 우선 이산가족들의 상봉만을 위해서라도 ‘사상이나 이념, 체제를 초월’, 즉간 남죽적 회담에 응해야하 한다. 전 인류가 함께 울어버린 이 겨레의 슬픔을 직시, 북한은 상봉의 길을 주저 없이 터주도록 호응해 오기를 거듭 촉구하는 바이다.

예상대로 북한은 그 제의를 즉각 거부했다. 광주 항쟁이 북한의 지원으로 일어났다고 주장한 전두환 정권의 제의를 일종의 평화공세로 평가절하한 것이다. 그러자 외무부는 7일 남북한의 이산가족 재회를 위해 유엔 사무총장에게 협조공한을 발송하는 한편 민간기구를 통해 청원서를 제출하기로 하는 등 남북 이산가족 찾기 운동추진을 위한 방안을 수립했다고 밝혔다. 이산가족 찾기가 남북 간의 골을 더욱 악화시키는 역할을 한 결과를 빚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