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는 ‘유신’이라는 이름으로 화장을 한 헌정쿠데타를 지지하는 짤막한 사설<비상계엄 선포의 의의>을 10월 18일자 3면에 올렸다.

평화통일을 위한 새로운 국가체제의 내용이 구체적으로 어떤 것이 될는지 궁금하지만 비상국문회의는 12월 27일까지 헌법개정안을 공고하기로 되어 있으니만큼 멀지 않아 새 국가체제의 설계도도 국민 앞에 제시되는 셈이다. 그것이 국민 앞에 밝혀진 후로 국민투표가 실시될 때까지 국민은 개헌안의 제안 설명을 듣는 한편으로 그것을 검토할 시간적 여유를 가질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개헌안의 내용이 공고되기도 전에 개헌안이 지니는 성격은 두 가지 점에서는 뚜렷한 것이라고 본다(생략)
이 사설은 계엄사령부의 검열을 ‘통과’한 것이었다. 박정희와 ‘10월 유신’ 추진세력이 보기에 그 내용은 매우 못마땅했을 것이다. 왜냐하면 같은 날짜 조선일보 2면에 실린 사설<평화통일을 위한 신체제>에 비하면 마지못해 쓴 글처럼 보였을 것이기 때문이다.(조간인 조선일보가 석간인 동아일보보다 먼저 나왔다)
박정희는 12월 27일 제8대 대통령으로 취임했다. 비상계엄이 해제된 뒤였는데도 동아일보는 12월 28일자 3면 사설<제4공화국의 출범>을 통해 ‘유신대통령’박정희에게 ‘축사’를 보냈다.

박정희 대통령이 27일 8대 대통령의 취임식을 갖고 한편 유신과업의 이념을 담은 새 헌법이 공포됨으로써 제4공화국이 정식 출범을 보았다. 내년 봄에 있을 국회의원선거를 남겨놓고는 이로써 유신과업의 체제상 정비는 일단락 지은 셈이다. 제4공화국의 출범은 여러 가지 뜻에서 의의가 크다고 해야 하겠다. 안으로는 한국적 민주주의 터전이 확립되었고 밖으로는 긴장 완화와 남북교류 증대를 다짐하며 국정 전반에 걸친 유신적인 개혁이 예상되고 있으므로 이번 박 대통령의 취임은 특히 그 정치적 의의가 크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생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