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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군부'에 대한 동아일보의 '굴욕적 전향'

‘광주 사태의 전모’를 발표한 바로 그날(5월 31일) 신군부는 국가보위비상대책위원회(국보위)를 발족시켰다. 국보위는 ‘사회 정화’라는 명분으로 무소불위의 권한 행사에 들어갔다. 정당활동을 봉쇄하고 언론을 주구로 만드는가 하면 민주화운동 조직을 파괴했다. 수많은 정치인과 공무원들을 숙청하고 언론인들을 구속하거나 찾아내는가 하면 언론기관들을 강제로 통폐합했다. 또 민주화운동을 벌인 교수와 학생들을 대학에서 찾아냈다. 불량배를 일소한다면서 수만여 명의 시민을 재판도 없이 군부대에 몰아넣고 기압과 고문을 자행하는 ‘삼청교육’을 벌였다. 노동계 또한 소멸되는 비운을 맞았다. 산별노조가 없어지고 노동조합들은 해산당해야 했다. 그야말로 ‘공포와 암흑의 시대’를 맞게 된 것이다.


국보위 출범 10일 만인 6월 9일 계엄사는 유언비어 유포 등의 협의로 문화방송·경향신문 조사국장 서동구 등 언론인 8명을 연행해 조사 중이라고 발표했다. 언론이나 언론인에 대한 보도 내용 등을 통제하던 계엄사가 이번에는 유언비어의 유형까지 자세히 발표했다.

동아일보는 그 기사를 6월 9일자 1면 주요 기사로 내보냈다. 연행된 기자들의 이름과 나이는 물론 근무부서까지 자세히 밝혔다. 또 계엄사 발표문을 아무런 해설이나 논평없이 그대로 실었다. 모든 신문이 검열지침에 따라 똑같이 보도한 것이기는 했지만 당시 신군부에 어느 정도 비판적 자세를 보였던 동아일보라서 ‘굴욕적 전향’의 기미로 보였다.

동아일보<언론인 8명 연행조사>(1980.6.9)
그 어느 때보다 어려운 난국에 처하여 정부와 국민 모두가 일치단결, 국가 보위와 난국 타개에 정진하고 있는 이 때 확고한 시국관을 가지고 국민을 올바로 계도해야할 언론인이 자신들의 신성한 사명과 책무를 망각하고 도리어 악성적 유언비어를 날조 ·유포시켜 사회 민심을 자극 현혹시키는 행태를 계속하여왔다.

계엄사의 언론인 8명 구속은 신군부의 언론인 숙청을 위한 신호탄에 불과했다. 국보위는 단순한 언론 검열이나 통제에 그치지 않고 민주화 성향의 언론인들을 완전히 제거하기 위한 음모를 꾸몄다. 언론인 대량해직은 국보위의 지시에 따라 보안사의 ‘언론대책반’ 작성한 계획에 의해 이루어진 것이었다. 그 계획에 따르면 강제해직 대상자 명단은 모두 3백36명이었고 그중 해직된 사람은 2백98명이었다. 그런데 언론사에서 실제로 해직된 사람은 9백33명이나 됐다. 대상자 명단의 2배에 이르는 6백35명이 언론사 자체의 ‘끼워 넣기’에 의해 해직된 것이다. 신군부는 7월 말 한국신문협회 등의 ‘자율 정화 결의’형식을 빌려 대량해직을 강행한 뒤 1백72종의 정기간행물을 폐간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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