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무총리 신현확은 12월 15일 12·12사태는 진정, 해결됐으며 정치발전 스케줄에 어떤 차질도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로부터 3일 후인 12월 18일 육군참모총장 겸 계엄사령관은 이희성은 담화문을 통해 “군의 기본 사명은 국토 방위에 있으며 정치는 군의 영역 밖의 분야이기 때문에 군이 정치에 관여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확고한 원칙이며 애국심과 양식 있는 정치인에 의해 발전되어야 한다는 것이 한결같은 군의 소망임을 천명한다”고 강조했다. 정부와 시군부의 이와 같은 연막 전술은 그 이후에도 계속됐다.
동아일보는 그들의 주장을 1면 주요 기사로 보도하는가 하면 12월 19일자에서는 <이 계엄사령관 담화를 보고>라는 사설을 통해 그것을 ‘높이 평가’한다고 밝혔다. 군의 정치 개입을 반대하는 입장을 보였지만 결국 신군부의 연막전술을 받아들인 셈이었다.

이런 때에 이 계엄사령관이 정치는 군의 영역 밖의 일이라고 못 박은 것은 우선 정치 발전을 염원하는 우리 국민의 여망에 부응하는 것으로 높이 평가할 일이다. 후진국들 같이 군이 정치를 좌우해서는 안 됨은 말할 것도 없거니와 특히 6·25 남침의 쓰라린 역사를 경험한 우리나라는 국토 방위에 허점이 있어서는 안 되겠다는 것이 온 국민의 염원이고 따라서 군은 국토 방위에 전념해달라는 것이 국가적 소명이기도 하다.
신군부는 이미 12·12 군사반란을 통해 군권을 장악한 뒤 정권의 막후 실세로 등장했다. 외신들은 이전부터 신군부의 권력 장악을 전했지만 김대중·김영삼·김종필을 중심으로 한 정치권은 군사반란을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는 눈치였다. 정치권은 그것을 군 내부의 강온파 간 충돌로 보고 주정적 판단을 유보한 것으로 보였다. 그러나 미국은 12·12 군사반란 이후의 권력상 황을 최규하를 수반으로 하는 ‘형식적 정부’와 신군부의 ‘실질적 권력’이 작동하는 ‘이중 권력구조’를 지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