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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미문화원 방화사건'에 '북한배후설'을 주장하는 동아일보

대학가의 민주화운동은 계속됐고 학생들의 저항활동은 전두환 독재정권뿐 아니라 미국에 대해서도 행해졌다. 광주유혈 진압과 전두환 독재정권 지원에 대한 미국의 책임을 묻겠다는 게 그들의 목적이었다. 1982년 3월 18일 부산의 미국문화원에 대한 방화 사건은 그런 상황에서 일어났다.


동아일보는 그 사건을 3월 19일자 11면(사회면)머리기사로 올리고, 불타는 건물 사진과 함께<대낮 부산 미문화원에 방화 / 여자 낀 3명 수배>라는 제목을 달았다. 3월 20일자 사설<부산 미문화원의 방화 / 어떤 경우에도 테러는 용납 될 수 없다>은 그 사건의 배후를 북한에 동조하는 지하 좌경분자로 지목했다.

동아일보<부산 미문화원의 방화>(1982.3.20)
한미 관계뿐 아니라 어떤 경우든 테러행위는 그 목적하는 바가 무엇이든 정당화될 수 없음을 믿는 우리는 이와 같은 불상사가 다시는 일어나지 않을 것과 또 그런 행위의 결과 그런 짓을 저지른 자들이 노리는 바대로 될 수 없음을 기약하지 않으면 안된다. 이번 사건이 한미 우의에 추호의 손상도 끼치지 않기를 바라며 아울러 당국은 또 다른 불상사의 재발을 예방하는 데 만전을 기해줄 것을 당부하고 싶다.

‘부미방(부산미문화원 방화)’사건은 3월 18일 발생했지만 1982년 내내 여파가 지속됐다. 그만큼 민감한 사건이라 언론은 더욱 과민하게 반응했다. 언론은 대대적인 보도를 통해 부미방 사건을 ‘좌경 테러리스트’의 반미테러로 규정했다. 광주 유혈 진압과 미국의 책임을 묻기 위해 미문화원에 불을 질렀다는 사건의 동기는 아예 거론조차 하지 않았다.


동아일보는 사건 발생 12일 만인 3월 30일<미문화원 방화범 4명 검거 / 주범 문부식 등 4명 수배>라는 기사를 1면 머리에 올리고 관련 기사를 11면(사회면) 등에 실었다. 3월 31일자 사설을 통해 방화범의 배후와 관련해 ‘어떤 국제적 음모나 혹은 북과 선이 닿은 배우’를 의심하기까지 했다.

동아일보<부산의 방화범 검거>(1982.3.31)
불순세력의 폭주 경향이 얼마나 위험천만한 것인가를 이번 사건은 일깨워 주었다. 주범 문부식을 중심으로 한 사건 관련 학생들은 지난해부터 불온서적을 탐독, 이른바 ‘의식화’니 ‘현상 개혁’이나 하면서 방화테러, 불온전단 살포 등 북한의 김일성 집단이 바라는 바에 좇아 계획적 조직적으로 움직였다. 주범 문부식은 얼마 전 캐나다에서 적발된 위해음모 관련자 문지식의 사촌이라고 한다. 과연 어떤 국제적 음모나 혹은 북과 선이 닿은 배후가 있는 것은 아닐까. 새삼 우리 주위를 눈여겨 봐야 할 필요성을 느낀다.

또 같은 날짜부터<지하이념서클>이라는 제목으로 대학가의 실태를 시리즈로 보도하기 시작했다.

동아일보<지하이념서클 상>(1982.3.31)

학교와 정부당국은 이 같은 유인물을 제작 살포, 대학 내 반정부 학생운동을 좌경운도응로 선회시키려고 기도하는 지하서클과 구성원에 대한 집중 분석에 나섰다. 분석결과는 대체로 구성원은 비교적 소수이며, 특정서적을 집중적으로 읽고 토론하며, 학내 소요의 배후에서 반정부 분위기를 고조시키고, 구성원조차 서클 규모를 알 수 없을 정도로 점조직을 고수한다는 특성을 가진 것으로 나타났다.






사건과 불가분의 관계를 갖고 있는 광주 항쟁에 관해서는 일언반구의 언급도 없었으며 원내 좌경용공 세력이라는 전두환 정권의 분석을 그대로 반복하는 식이었다. 해설과 분석기사들의 내용은 정부 당국의 견해를 바탕으로 작성된 것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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