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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전쟁'으로 '한국의 안보'를 강조

1975년 4월 30일 남베트남(당시 한국에서는 월남이라고 불렀음)정부 대통령 두옹 반 민이 공산군에 무조건 항복을 선언하고 ‘베트콩임시혁명정부’에 정권을 정식으로 이양했다. 30년에 걸친 인도차이나전쟁이 막을 내린 것이다.


동아일보는 5월 1일자 2면에 <인지전의 종결 / 아시아 평화시대로의 전환점 되길>이라는 사설을 올렸다.

동아일보<인지전의 종결>(1975.5.1)
오늘날의 인지 사태는 우리로서 충격적인 것임엔 틀림없겠지만 그렇다고 지나치게 위축될 필요는 없고 인지의 교훈을 되새겨 우리의 지위 능력과 민주적 국민총화에 만전을 기하고 한편 전쟁 억지책의 일환으로서의 미국과의 동맹관계를 강화하면서 궁극적으로는 한반도의 문제는 결코 유혈이 아니라 평화적 자주적 방법으로 해결될 수 있도록 남북한 5천만 민족이 다 함께 각성 노력해야만 할 것으로 확신한다.

이 사설은 베트남전쟁이 북베트남의 승리로 끝난 것을 교훈으로 삼아 한국의 ‘자위능력과 민주적 국민총화에 만전’을 가하자고 강조하고 있다. 그 말은 남베트남 정부의 패망을 계기로 한국사회에 곧 불어닥칠 ‘안보 열풍’을 예고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위 글의 심각한 문제점은 베트남전쟁에 대한 인식이 역사적 진실에 어긋난다는 것이다. 1965년에 박정희 정권은 “6·25 동란 지원에 대한 미국과 월남에의 도의적 보답이라는 뜻”으로 월남의 대공전을 지원했다는데, 당시 상황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았다. 미국의 존슨행정부는 그 시기에 ‘추악한 전쟁’이라고 국제적 지적을 받던 베트남전쟁에 깊숙이 발을 들여놓으며 어떻게 해서든지 ‘자유우방’을 그 전쟁에 끌어들여야 할 필요를 절실히 느꼈다.


그래서 미국은 인도차이나가 공산화하는 것을 막는 ‘반공투쟁’에 한국이 파병하도록 압력을 가했다. 정치, 경제, 군사적으로 미국에 종속되어 있던 박 정권이 존슨 행정부의 요구를 거부할 수 없었다. 또한 파병에서 오는 막대한 ‘경제적 수입’은 ‘고도경제성장’을 밀고 나가던 박정희에게는 뿌리칠 수 없는 유혹이었다. 결국 박정희는 야당과 학생들, 재야 민주화운동세력이 ‘용병 파견’이라고 격렬하게 반대하는 것을 무릅쓰고 베트남에 전투부대를 보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