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7년 새해가 되자 동아일보는 1월 1일자 1면 머리에 올린 사설<3·1적 3대 계명 / 대포용, 대희생, 대용맹>을 통해 극좌와 극우의 독선을 비판하며 대승적 단합을 촉구했다.

공식에 사로잡히고 종파에 굳어진 대로 음성의 지하적 수법과 고위의 파괴적 공작을 위주하는 세칭 극좌는 출발점이 다른지라 동도하기 어려운 방향이 자타 간에 있으리라. 구각에 파묻히고 독선에 치우친 채 고루한 정와적 소견과 저열한 목전적 영욕에 급급하는 세칭극우는 반려되기 어려운 국면이 피아 간에 있으리라 그러나 캐도 따지면 모두 다 조선의 조선인이며 조선인으로의 조선일 것이며, 조선의 독자성과 조선의 특수상을 양심적으로 이해하고 조선의 전체성과 순치상을 양심적으로 자각한다.
동아일보의 이 ‘새해 사설’은 분단된 민족의 처지에서 본다면 나무랄 데 없는 주장이었다. 그러나 구체적 표현들을 분석해보면 공허한 ‘민족대단결론’이라는 것이 금세 드러난다. 이승만을 추종하는 극우·반공주의자들, 김성수가 대표하는 한민당의 친일·매판적 세력에 대한 지적은 없고, 남조선 노동에 대한 비난한 있을 뿐이다. 한민당은 좌우합작위원회의 합작 7원칙조차 거부하한 바 있는데 어떻게 극좌세력과 ‘대포용, 대희생, 대용맹’의 길로 직진할 수 있겠는가? 한민당의 기관지나 다름없는 동아일보는 새해 첫말부터 탁상공론을 넘어 벌판에서 허공을 향해 구두선을 외치는 우스꽝스러운 모습을 보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