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의 '민족성' 헐뜯기
최종 수정일: 2020년 2월 18일
1920년 8월 9일자부터 23일자까지 동아일보는 1면 머리에 7회에 걸쳐 사설 <조선인의 단처를 논하여 반성을 촉하노라>를 연재했다. 이 사설을 통해 ‘민족지’라고 자청하던 동아일보의 ‘민족관’이 여실히 드러나 있다.

이와 같은 결과로 조선은 쇠잔의 조선이 되고 모멸의 조선이 되어 생명과 광영과 번영과 행복을 실하였도다. (중략)이상이 무한 사회는 반드시 망하고 진취가 무한 민족은 반드시 쇠하나니 이는 자연의 원칙으로 역사가 증명하는 바라. 조선 민족은 무한한 광명의 장래를 희망하며 원대한 목적을 향하여 출발하고자 하는가.
연속사설의 제1회는 조선 민족은 원기가 미약하다고 단정하면서 러시아, 독일, 일본, 그리고 영국과 미국의 기상을 본받으라고 ‘충고’한다. 그리고 선조의 과거를 자랑하는 것은 백골을 자랑하는 것이라고 조롱한다. 게다가 조선인은 문예나 철학, 종교, 도덕, 정치·경제에서 웅비하려는 포부와 의욕이 없다고 꾸짖는다. 이렇게 절망적인 상태를 벗어나려면 ‘위인을 배출’하고 ‘민중이 개명’해야 한다는 것이다.
다음날 제2회 사설에서도 이어진다.

개인이 그러할 뿐 아니라 민족전체에 대하여 또한 그러하니 그에게는 웅장한 기풍이 무하고 또 지속이 무하도다. 이조 5백년 이래에 전제와 압박이 지속된 이외에 하등의 민중적 운동이 계속도는 것이 있는뇨. 조선인은 약하도다. 아, 오인은 조선인은 약하다 주장하노라.
이 글은 자기 민족인 조선인이 ‘회(모임)’를 하면 시작은 있고 끝이 없다고 단정한다. 그리고 조선인 경영을 계획하고 발기는 하되 실현과 계속이 없다고 비판한다. 역사 이래 모든 조선인이 그러했다는 근거를 제시하지도 않고 그렇게 독단적인 주장을 하고 있는 것이다.
동아일보는 조선인이 약하니 웅장의 기풍과 지속의 의지를 양성해야 한다고 ‘권고’한다. 일조일석에 될 일이 아니니 ‘고투’로 습관을 만들어 민족성을 고치라고 주장한다. 이것이 ‘민족지’라고 자임하는 동아일보가 민족에게 보내는 ‘훈시’였다.
8월 18일 연속사설 제4회의 제목은 <대타의 폐가 유함>이다. 조선 민족은 게을러 터졌다는 뜻이다.

태타의 원인은 다다하나 그 1은 노동을 천시하거나 혹 모험성이 부족함이요 그 2는 안일한 생활에 만족함이며 그3은 생활 정도의 저급이니 태타하여도 능히 그 생활을 유지하는 소이라.
동아일보 논설진이 이렇게 극단적으로 조선 민족의 단점만을 부각시킨 까닭은 무엇이었을까? 조선 사람들은 아무리 노력해도 '웅장한 기풍'을 일으킬 수 없고, '지속성'을 기를 수도 없으며, '신앙심'을 가질 수도 없다는 의미인가? 또 조선인들은 게을러터진 채로 살 것이며, 당쟁에만 몰두할 것이고, 관리들을 숭배할 것이니 일제의 통치에 순응할 수밖에 없다는 뜻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