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익환의 방북을 계기로 동아일보 역시 대대적인 사상공세에 들어 간 것이다. 세상에 어느 제도권 정당이 자유민주체체보다 김일성체제가 합당하다고 내세울 것이며 그것을 밝힐 수 있다는 말인가. 동아일보는 다음 날인 28일자<충격과 소모를 줄이자>라는 사설로 사상공세를 이어갔다. 균형감각 잃은 통일 논의는 백해무익이라는 것이다.

한 개인이나 정파의 균형감각을 잃은 어떤 통일 논의나 주장도 궁극적으로 통일의 장도에 도움을 주지 못함을 알아야 한다. 그리고 우리 정부나 정당들도 적어도 통일정책에 관한 한 정략이나 자당 이기주의를 버리고 중심 있는 통일의 비전을 제시하는 것이 문 목사로 인한 국민적 충격이나 소모적인 통일 논의에 피해를 줄이는 길이다.
동아일보는 같은 날짜 지면에 외국어대학 교수 김덕의<문 목사 방북의 충격과 비극성>이라는 칼럼도 실었다. 그는 “문 목사의 방북 쇼크가 가뜩이나 염려스러운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는 좌우 대립과 정치 불안에 새로운 불씨를 댕기게 되리라는 것은 너무도 명백하다”며“문 목사가 그의 평양 방문이 몰고 올 그러한 위험을 미처 예견하지 못했다면 그는 우매하고, 만약 그러한 위험을 예견하고 있었다면 그는 확실히 위험한 존재일 수밖에 없다”고 몰아 붙였다.

최근에 와서 우리 사회 안의 극좌와 극우의 위험한 대두를 염려하고 경계하는 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두 말할 필요도 없이 이 두 가지 극단적 세력과 셩향이 극소화될 때 우리 사회가 안정된 균형 위에서 민주화 과업을 성공으로 이끌 수 있다는 것은 상식이다. 그러나 이번 문 목사의 방북 사건 같은 충격이 겹칠 경우, 우리 중의 어느 누구도 이 양극적 이념의 편향의 인력으로부터 벗어날 수 없는 곤혹한 상황에 휩쓸리지 않으리라고 장담 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