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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동 대지진으로 조선의 '인재'를 탓하는 동아일보

동아일보는 관동 대지진으로 일본인들이 겪은 고통과 피해에 대해 극진한 동정의 뜻을 전했다. 이와 함께 이틀 뒤인 9월 5일자 사설<오호 인재 조선인아 거듭 나자>에서는 엉뚱하게도 조선민족이 최근에 겪은 ‘인재’를 통탄하고 있다.

동아일보<오호 인재 조선인아 거듭 나자>(1923.9.5)
오호 인재다! 사람이 없는 재며 옳지 못한 사람이 있는 재다. 자작운동을 할 만한 사람은 없고 무너뜨릴 사람은 있는 재다. 민립대학운동, 자유운동을 할 만한 사람은 없고 무너뜨릴 사람은 있는 재다!

이 사설은 조선의 민족과 민중이 ‘인재’ 때문에 참담한 재난의 폐허 위에 서 있다고 단정한다. 동아일보는 자작자급운동과 민립대학운동을 인재 때문에 빚어진 참사의 대표로 들고 있다. 이는 유명무실해졌고 개조파와 창조파 같은 단체들이 알력과 당쟁을 일삼다가 전멸했다는 사실이다.


하지만 동아일보의 사설은 자작자급운동과 민립대학설립운동이 일제의 탄압으로 부진에 빠진 사실은 외면하고 조선에 ‘쓸 만한 인물들’이 없기 때문에 자멸했다고 탄식한다. 위의 사설은 일본이 천재를 극볼할 수 있다는 이유로서 그 나라에는 쓸 만한 인물들이 많다는 듯이 암시하고 있다. 그러면서 자기 민족에 대해서는 ‘허위와 나타와 궤휼과 시기와 겁나와 모든 추한 털’을 벗어버리라고 ‘훈계’한다. 민족성을 비하하고 자조하는 파괴적인 글이 되고 말았다.


9월11일자 신문이 나오기까지 9일 동안 동아일보 지면에는 일본 경찰과 언론이 퍼뜨린 유언비어에 따라 일본인들이 조선인들을 무참히 살해하거나 그들의 인권을 유린한 데 관한 기사가 전혀 보이지 않는다. 다만 9월 12일자 1면 머리에 실린 기사(사설로 추정됨)가 완전히 삭제되어 있을뿐이다. 조선인들에 대한 살상과 테러에 관한 글을 총독부가 통째로 지워버린 것이라고 짐작할 수 있다.

동아일보<사설 추정>(1923.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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