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화당이 8월 7일 국회에 개헌안을 제출하자 동아일보는 8월 8일자 2면에 다시 ‘통단사설’을 올렸다. <헌법 개정과 우리의 견해>라는 사설은 박정희가 대통령으로 이룬 ‘치적’을 높이 평가하면서 ‘계속 집권’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우리는 개헌 문제가 국가의 안전과 활력을 증진시키려는 의도에서 제기되어 추진되고 있다는 것을 의심치 않는다. 가중되고 있는 적의 도발을 막고 바야흐로 궤도에 오른 경제건설에 박차를 가하려는 데 있어 박정희 대통령의 계속 집권이 필요할 것이라는 우국충정을 결코 낮게 평가하지 않는다. 엄연한 사실은 지난 8년간 박 대통령은 국방과 건설에 남다른 영도력을 과시하였다는 것을 부인하지 않으며 국가의 위신과 활력을 내외에 널리 선양하였다는 그의 치적에 아무도 이의를 제기치 못할 것이며,(생략)
이 사설의 전반부는 박정희에게 바치는 ‘용비어천가’나 다름없다. “가중되는 적의 도발을 막고 바야흐로 궤도에 오른 경제건설에 박차를 가하려는 데 있어 박정희 대통령의 계속 집권이 필요한 것이라는 우국충정” 등이 그런 대목들이다.
그런데 이 사설은 후반부에 들어서서 독자들에게 예상하지 못한 반전을 보인다. 박정희가 3선 개헌을 하려는 “동기의 순수함과 애국충정을 충분히 이해하면서도 본보는 개헌안에 반대하는 입장을 명백히 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다. 그 이유는 단순하다. “개헌 주장의 동기가 결코 결과와 합치될 수 없으리라고 확신”하기 때문이다. 차라리 처음부터 이것을 서론으로 내세우고 3선 개헌의 부당성을 지적했더라면 독자가 혼란을 일으키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렇게 ‘훌륭한 치적’을 쌓은 박정희지만, 3선 개헌은 명백히 헌정질서를 다시 한 번 무너뜨리는 것이고 민주화에 역행하는 일임을 지적하면서 반대 의견을 당당하게 펼쳤어야 했다.